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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 급등: 일시적 vs 구조적 논쟁

by 위닝스텝 2025. 10. 28.

2021년 초반: 인플레이션의 조짐

2021년 봄,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4월 전년 동월 대비 4.2% 상승하며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중고차 가격은 10% 넘게 뛰었고, 목재 가격은 300% 이상 폭등했습니다. 반도체 부족으로 신차 생산이 차질을 빚자 중고차 수요가 폭발했고, 주택 건설 붐으로 건축자재 가격이 급등했습니다.

연방준비제도와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이를 "일시적(transitory)" 현상으로 진단했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021년 상반기 여러 차례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병목이 해소되면 물가는 안정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연준은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유지했고, 매월 1,200억 달러의 자산 매입을 계속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잠깐의 착시일 뿐이며, 조급하게 긴축하면 경제 회복을 망칠 수 있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일시적 인플레이션 진영의 논리

일시적 인플레이션을 주장한 측의 근거는 명확했습니다. 첫째, 기저효과였습니다. 2020년 팬데믹 초기 물가가 급락했기 때문에 2021년 전년 대비 상승률이 과장되어 보인다는 것입니다. 둘째, 팬데믹으로 인한 특수한 수급 불균형이 원인이므로 정상화되면 해소될 것이라는 분석이었습니다. 반도체 생산이 재개되고, 항만 적체가 풀리면 자연스럽게 물가도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었습니다.

셋째, 장기적인 디플레이션 압력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고령화, 기술 발전, 세계화 같은 구조적 요인들이 물가를 억제하는 힘으로 작용해왔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 넘게 각국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고 고전했습니다. 따라서 일시적 물가 상승을 과도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일시적 진영의 핵심 논리였습니다.

구조적 인플레이션 경고론

래리 서머스, 올리비에 블랑샤르 같은 경제학자들은 일찍부터 인플레이션이 구조적 문제라고 경고했습니다. 2021년 초 서머스는 바이든 행정부의 1조 9천억 달러 재정 부양책이 경제 생산능력을 크게 초과하는 수요를 창출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경제에는 이미 충분한 유동성이 있는데, 추가 재정 지출은 과열을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구조적 인플레이션론자들은 몇 가지 근본적 변화를 지적했습니다. 첫째, 탈세계화 추세입니다. 미중 갈등과 팬데믹을 거치며 기업들이 공급망을 본국이나 우방국으로 재편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비용 효율성보다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구조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을 만들었습니다. 둘째, 에너지 전환입니다. 탄소중립 정책으로 화석연료 투자가 감소하는 가운데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시간이 걸리며, 과도기에 에너지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2021년 하반기: 인플레이션 가속화

2021년 하반기 인플레이션은 더욱 가속화되었습니다. 6월 5.4%, 10월 6.2%, 11월 6.8%로 계속 상승했습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인플레이션이 중고차나 목재 같은 특정 품목에 국한되지 않고 광범위하게 확산되었다는 점입니다. 식료품, 임대료, 의료비 등 모든 부문에서 물가가 올랐습니다. 핵심 인플레이션(식품과 에너지 제외)도 5%를 넘어섰습니다.

공급망 병목은 예상보다 훨씬 오래 지속되었습니다. 로스앤젤레스와 롱비치 항구에는 수십 척의 컨테이너선이 수주일씩 대기했습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아마존 같은 유통업체들은 재고 부족으로 고전했습니다. 기업들은 높아진 원가를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임금도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구인난이 심화되며 시간당 임금 증가율이 5%를 넘어섰고, 물가-임금 악순환 가능성이 대두되었습니다.

연준의 입장 선회와 '일시적' 철회

2021년 11월 30일, 제롬 파월 의장은 역사적인 발언을 했습니다. 상원 청문회에서 "이제 '일시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이는 연준이 9개월 넘게 고수해온 입장을 공식적으로 철회한 것이었습니다. 파월은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높고 오래 지속되고 있으며, 연준이 더 빨리 행동해야 한다고 인정했습니다.

시장은 충격을 받았고, 연준의 신뢰도는 타격을 입었습니다. 왜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을까요? 비판자들은 연준이 40년간의 저물가 시대에 안주하며 새로운 환경 변화를 읽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고용 회복을 너무 우선시한 나머지 물가 안정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도 제기되었습니다. 정치적 압력도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조기 긴축은 정치적으로 불리할 수 있었습니다.

2022년: 40년 만의 인플레이션 최고치

2022년 인플레이션은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았습니다.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와 곡물 가격이 급등하며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6월 미국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9.1% 상승하며 1981년 11월 이후 40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유럽은 더 심각했습니다.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 중단으로 10월 유로존 인플레이션은 10.6%에 달했습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2022년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3%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은 단순한 경제 지표를 넘어 정치적 화두가 되었습니다. 생계비 상승으로 중산층과 서민층의 불만이 커졌고, 많은 국가에서 집권당이 선거에서 패배했습니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을 잃은 것도 인플레이션이 주요 원인이었습니다.

결론: 양측 모두 일부 맞고 일부 틀렸다

뒤돌아보면 일시적 진영과 구조적 진영 모두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렸습니다. 일시적 진영이 맞았던 점은 공급망 병목이 실제로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이었다는 것입니다. 2023년 들어 항만 적체가 해소되고 반도체 공급이 정상화되자 상품 인플레이션은 크게 둔화되었습니다. 중고차 가격은 2023년 마이너스로 돌아섰습니다.

그러나 구조적 진영이 옳았던 점은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훨씬 끈질겼고, 특히 서비스와 임대료 같은 핵심 부문에서 지속되었다는 것입니다. 과도한 재정 지출과 유동성 공급이 수요를 과열시켜 인플레이션을 악화시켰습니다. 연준이 더 일찍 행동했다면 인플레이션 피크를 낮출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번 인플레이션 논쟁은 경제 예측의 어려움과 정책 타이밍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습니다. 40년간의 저물가 시대가 끝나고 인플레이션이 다시 중앙은행의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는 점에서, 이는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