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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되는 정보

제로금리 시대의 종말: 2022-2023년 급격한 금리 인상

by 위닝스텝 2025. 10. 28.

제로금리 시대: 2008-2021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제로금리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2008년 12월 기준금리를 0-0.25%로 인하했고, 이후 7년간 이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유럽중앙은행은 2014년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고, 일본은행은 1990년대 후반부터 사실상 제로금리 정책을 펼쳤습니다. 한국은행도 2020년 코로나19 위기 때 기준금리를 0.5%라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췄습니다.

제로금리 시대는 14년간 지속되었습니다. 연준은 2015-2018년 점진적으로 금리를 인상했지만, 2019년 다시 인하했고, 2020년 팬데믹으로 다시 제로로 돌아갔습니다. 이 긴 기간 동안 투자자들은 저금리에 익숙해졌습니다. 기업들은 싼 이자로 부채를 늘렸고, 정부는 막대한 적자를 저비용으로 조달했습니다. 부동산과 주식 같은 자산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했습니다. 제로금리는 더 이상 위기 대응 정책이 아니라 뉴노멀처럼 여겨졌습니다.

2022년 3월: 금리 인상 사이클의 시작

2022년 3월 16일, 연방준비제도는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제로금리 시대를 공식적으로 종료했습니다. 이는 2018년 12월 이후 3년 3개월 만의 인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곧 이것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5월 연준은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이는 2000년 5월 이후 22년 만에 가장 큰 인상 폭이었습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은 계속 상승했고, 6월 9.1%로 정점을 찍었습니다. 연준은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6월, 7월, 9월, 11월 연속으로 0.75%포인트씩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습니다.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은 1994년 이후 처음이었고, 4회 연속은 역사상 전례가 없었습니다.

역사상 가장 빠른 금리 인상

2022년 한 해 동안 연준은 7차례에 걸쳐 총 4.25%포인트를 인상했습니다. 기준금리는 0-0.25%에서 4.25-4.5%로 급등했습니다. 2023년 초에도 금리 인상은 계속되어 7월에는 5.25-5.5%에 도달했습니다. 18개월 만에 5.25%포인트가 오른 것입니다. 이는 1980년대 폴 볼커 의장 시절 이후 가장 빠르고 가파른 인상이었습니다.

유럽중앙은행도 2022년 7월 11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했습니다. 0.5%포인트 인상으로 마이너스 금리 시대를 끝냈고, 2023년 9월까지 총 4.5%포인트를 올려 예금금리를 4%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영란은행은 5.25%까지, 캐나다 중앙은행은 5%까지 인상했습니다. 한국은행도 2021년 8월부터 2023년 1월까지 10차례 인상하며 기준금리를 0.5%에서 3.5%로 올렸습니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동시에 급격한 긴축에 나선 것은 1980년대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채권시장의 대학살

금리 인상의 첫 번째 피해자는 채권시장이었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기존 채권의 가치는 하락합니다. 2022년 미국 10년 만기 국채는 18% 하락했고, 30년 만기 국채는 39% 폭락했습니다. 이는 채권시장 역사상 최악의 한 해였습니다. 채권과 주식을 동시에 보유하는 전통적인 60/40 포트폴리오는 20% 가까이 손실을 봤습니다.

회사채 시장은 더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특히 신용등급이 낮은 하이일드 채권은 30% 이상 하락했습니다. 2020-2021년 저금리에 매력적인 수익률을 찾아 채권에 대거 투자한 연기금과 보험사들이 막대한 평가손실을 입었습니다. 영국의 연금기금들은 국채 폭락으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고, 영란은행이 긴급 개입해야 했습니다.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채권이 주식만큼 위험할 수 있다는 교훈을 시장은 뼈저리게 배웠습니다.

주식시장과 기술주의 몰락

주식시장도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2022년 S&P 500 지수는 19% 하락했고, 나스닥은 33% 폭락했습니다. 특히 성장주와 기술주가 집중 타격을 입었습니다. 저금리 환경에서 먼 미래의 수익을 기대하며 고평가되었던 기업들이 금리 상승으로 밸류에이션이 급락한 것입니다. 넷플릭스는 75%, 메타는 64%, 테슬라는 65% 하락했습니다.

암호화폐 시장은 사실상 붕괴했습니다. 비트코인은 2021년 11월 고점 대비 77% 폭락했고, 알트코인들은 90% 이상 증발했습니다. 5월 테라-루나 사태와 11월 FTX 파산이 암호화폐 겨울을 더욱 혹독하게 만들었습니다. 저금리 시대에 부풀었던 투기적 거품들이 일제히 꺼졌습니다. SPAC, 밈 주식, NFT 같은 2021년의 열풍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부동산 시장의 급랭

주택시장은 극적인 전환을 겪었습니다. 2022년 초만 해도 미국 주택 가격은 전년 대비 20% 이상 상승하며 과열 양상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금리 인상으로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가 3%에서 7%로 치솟자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주택 구매력이 급격히 감소했고, 거래량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2022년 하반기부터 주택 가격은 하락 전환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같은 기술 중심 도시는 15-20% 하락했습니다. 한국도 2022년 하반기부터 서울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고, 지방은 더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상업용 부동산은 더 심각했습니다. 재택근무 확산으로 오피스 수요가 감소한 데다 금리 인상까지 겹치며 가격이 30-40% 급락한 지역도 있었습니다. 2023년 미국에서는 상업용 부동산 담보 대출 부실이 은행들의 새로운 위협으로 부상했습니다.

기업과 가계의 고통

기업들은 차입 비용 급등에 직면했습니다. 저금리 시대에 싼 이자로 부채를 늘린 기업들이 만기 재융자를 해야 할 때 2-3배 높은 이자를 부담해야 했습니다. 수익성이 낮은 좀비 기업들과 적자 스타트업들이 속속 파산했습니다. 2023년 미국 기업 파산 건수는 2010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증가했습니다.

가계도 고통받았습니다. 신용카드 대출 금리가 20%를 넘어섰고, 자동차 할부 금리도 10%에 육박했습니다.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가구들은 월 납입금이 급증하며 재정적 압박을 받았습니다. 미국의 신용카드 연체율은 2023년 들어 1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습니다. 학자금 대출 상환 유예가 종료되며 수백만 명의 젊은이들이 추가 부담을 떠안았습니다. 소비자들은 지출을 줄이기 시작했고, 경기 침체 우려가 커졌습니다.

침체 없는 디스인플레이션의 기적?

2023년 하반기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인플레이션은 빠르게 둔화되었지만, 예상했던 심각한 경기 침체는 오지 않았습니다. 2023년 6월 미국 인플레이션은 3%대로 하락했고, 2024년 초에는 2%대 중반까지 내려왔습니다. 그럼에도 실업률은 3%대 후반을 유지하며 완전고용 상태가 지속되었습니다. GDP 성장률도 2% 이상을 유지했습니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소프트 랜딩"이라 불렀습니다. 역사적으로 급격한 금리 인상은 거의 항상 경기 침체를 동반했지만,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노동시장이 예상외로 견조했고, 팬데믹 기간의 초과 저축이 소비를 뒷받침했습니다. 공급망 정상화로 상품 물가가 빠르게 하락했고, 에너지 가격도 안정되었습니다. 2024년 하반기 연준은 금리 인하를 시작했고, 제로금리 시대는 끝났지만 중립금리 시대로의 연착륙에 성공할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장기적으로 높은 금리가 유지되는 새로운 정상에 경제 주체들이 적응해야 하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