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의 이중 책무와 트레이드오프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법적으로 두 가지 책무를 부여받았습니다. 물가 안정과 완전고용이 그것입니다. 정상적인 시기에는 두 목표가 조화를 이루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종종 상충합니다. 2022-2023년 연준은 바로 이런 딜레마에 직면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금리를 대폭 올려 경제를 냉각시켜야 하지만, 그러면 실업이 증가하고 경기 침체가 올 수 있었습니다. 반대로 고용을 지키려 금리 인상을 늦추면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될 위험이 있었습니다.
역사적으로 고인플레이션을 잡는 데는 큰 대가가 따랐습니다. 1980년대 초 폴 볼커 연준 의장은 기준금리를 20%까지 올려 인플레이션을 제압했지만, 그 과정에서 실업률이 10.8%까지 치솟았고 심각한 경기 침체를 겪었습니다. 제롬 파월 의장은 2022년 8월 잭슨홀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는 고통이 따를 것"이라며 볼커의 전례를 언급했습니다. 시장은 연준이 침체를 감수하고라도 인플레이션과 싸우겠다는 의지를 확인했습니다.
2022년: 공격적 긴축의 시작
2022년 초 연준은 어려운 선택에 직면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7%를 넘어섰지만, 노동시장은 매우 견조했습니다. 실업률은 3.6%로 50년 만에 최저 수준이었고, 일자리는 1,100만 개 이상 비어있었습니다. 연준은 경제가 금리 인상을 감당할 여력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3월 0.25%포인트로 조심스럽게 시작했지만, 인플레이션이 계속 상승하자 6월부터 0.75%포인트씩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습니다.
연준은 동시에 양적긴축도 시작했습니다. 6월부터 보유한 국채와 주택저당증권의 재투자를 중단하고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월 950억 달러까지 축소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시장에서 유동성을 흡수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금리 인상과 양적긴축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2022년 4월 9조 달러에서 2023년 말 7조 5천억 달러로 1조 5천억 달러가 줄어들었습니다.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 혼선
2022년 하반기 연준은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시장은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고 연준이 곧 긴축을 멈출 것이라는 기대를 형성했습니다. 10월과 11월 주식시장은 반등했고, 채권 금리는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11월 30일 브루킹스 연구소 연설에서 "최종 금리는 예상보다 높아질 것"이라며 시장 기대를 꺾었습니다. 주식시장은 즉시 하락 반전했습니다.
연준은 시장이 너무 낙관적으로 변하면 금융 여건이 완화되어 긴축 효과가 상쇄된다고 우려했습니다. 주가가 오르고 금리가 내리면 기업과 가계는 다시 차입하고 소비할 여력이 생깁니다. 이는 인플레이션 억제 노력을 방해합니다. 연준은 "더 오래 높게(higher for longer)"라는 메시지를 반복하며 시장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를 차단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매파적 메시지는 경기 침체 우려를 키웠고, 2022년 하반기 침체 전망이 지배적이 되었습니다.
2023년 3월 은행 위기: 긴축의 부작용
2023년 3월 연준의 딜레마는 더욱 복잡해졌습니다. 실리콘밸리은행(SVB)이 갑작스럽게 파산하며 금융 시스템 불안이 고조되었습니다. SVB는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보유한 국채와 MBS에서 막대한 평가손실을 입었고, 예금 인출이 급증하자 버티지 못했습니다. 시그니처은행도 며칠 뒤 파산했고, 퍼스트리퍼블릭은행도 5월 무너졌습니다. 스위스에서는 크레디트스위스가 붕괴하며 글로벌 은행 위기 우려가 확산되었습니다.
연준은 긴급 대출 프로그램을 가동해 은행들의 유동성을 지원했지만, 동시에 3월 22일 예정대로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은행 시스템은 건전하고 회복력이 있다"며 금융 불안과 인플레이션 대응을 분리해서 접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혼란스러워했습니다. 한편으로 은행을 구제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긴축을 계속하는 것이 모순적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는 금융 안정이라는 세 번째 목표가 연준의 딜레마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인플레이션 둔화와 노동시장의 견조함
2023년 중반부터 긍정적인 신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6월 3%대로 하락하며 빠른 둔화세를 보였습니다. 특히 상품 인플레이션은 마이너스로 돌아섰습니다. 공급망이 정상화되고 에너지 가격이 안정되면서 팬데믹 관련 인플레이션 압력이 해소되었습니다. 동시에 노동시장은 예상 외로 견조했습니다. 실업률은 3%대를 유지했고, 일자리는 계속 증가했습니다. 임금 상승률은 높았지만 생산성 증가로 상쇄되었습니다.
경제학자들은 이 현상을 "골디락스(Goldilocks)" 시나리오라고 불렀습니다.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정 온도의 경제였습니다. 2023년 하반기 GDP 성장률은 연율 4-5%를 기록하며 오히려 가속화되었습니다. 소비자들은 팬데믹 기간의 초과 저축을 사용했고, 기업 투자도 견조했습니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예측한 2023년 침체는 오지 않았습니다. 연준은 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소프트 랜딩에 근접하고 있었습니다.
2023년 하반기: 긴축 일시정지
2023년 7월 연준은 기준금리를 5.25-5.5%로 올린 후 인상을 멈췄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둔화되고 있고, 과거 금리 인상의 지연 효과가 아직 완전히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추가 인상 효과를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신중하게 진행하겠다(proceed carefully)"는 표현을 사용하며 성급한 추가 인상은 없을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시장은 이를 긴축 사이클의 종료로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연준은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했습니다. 9월과 12월 경제 전망에서 2024년 금리 인하 폭을 계속 축소했습니다.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메시지를 반복했습니다. 1970년대 연준이 인플레이션이 진정되자 조기에 완화했다가 인플레이션이 재발한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였습니다. 핵심 서비스 인플레이션, 특히 주거비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다는 점이 우려 요인이었습니다.
2024년: 금리 인하 시점 논쟁
2024년 초 시장은 연준이 3월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1월과 2월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자 연준은 서둘러 인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2% 인플레이션으로 지속 가능하게 가고 있다는 더 큰 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금리 인하 전망은 3월에서 6월로, 다시 하반기로 계속 밀렸습니다.
연준의 신중함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경제가 예상보다 강하면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조기 인하로 경제가 재과열되면 인플레이션이 다시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한편 노동시장에는 균열의 조짐이 나타났습니다. 실업률이 점진적으로 상승하며 4%를 넘어섰고, 구인 배율이 하락했습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연준이 너무 오래 긴축을 유지하면 경기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연준은 다시 한번 긴축과 침체 사이의 줄타기를 계속해야 했습니다.
소프트 랜딩의 가능성과 과제
2024년 중반까지 연준의 소프트 랜딩 시나리오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2%대까지 하락했고, 경제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실업률은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만약 성공한다면 이는 연준 역사상 가장 훌륭한 정책 운용 사례 중 하나로 기록될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이릅니다.
잠재적 위험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지정학적 긴장, 유가 급등, 새로운 공급망 충격 등이 인플레이션을 재점화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과도한 긴축의 지연 효과가 뒤늦게 나타나 침체를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부실, 신용카드 연체율 상승 같은 경고 신호들도 있습니다. 연준의 딜레마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언제, 얼마나 빨리 금리를 인하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딜레마가 시작되었습니다. 너무 빨리 인하하면 인플레이션이 재발하고, 너무 늦으면 경기 침체를 막지 못할 수 있습니다. 중앙은행 정책의 어려움은 끝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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