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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되는 정보

코로나19와 무제한 양적완화: 중앙은행의 전례없는 실험

by 위닝스텝 2025. 10. 27.

 

2020년 3월: 금융시장의 급격한 붕괴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로 확산되자 금융시장은 1929년 대공황 이후 유례없는 패닉에 빠졌습니다. 3월 16일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2,997포인트 하락하며 역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습니다. S&P 500 지수는 2월 19일 고점 대비 한 달 만에 34% 폭락했습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보다 빠른 속도의 하락이었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채권시장의 경색이었습니다. 평소라면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미국 국채마저 매도 압력을 받았고, 회사채 시장은 사실상 기능이 마비되었습니다. 신용등급이 높은 우량 기업들조차 자금 조달이 불가능해졌습니다. 상업어음 시장과 머니마켓펀드에서도 대규모 자금 이탈이 발생하며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의 악몽이 재현될 조짐이 보였습니다.

연준의 무제한 개입 선언

2020년 3월 23일,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역사적인 결정을 발표했습니다. "필요한 만큼, 필요한 기간 동안"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무제한으로 매입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때의 양적완화와 질적으로 다른 수준이었습니다. 당시 연준은 매입 규모의 상한선을 정했지만, 이번에는 아예 한도를 설정하지 않았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연준의 탄약은 무제한"이라며 시장을 안심시켰습니다. 실제로 연준은 3월 한 달간 하루 평균 1,00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매입했습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6개월에 걸쳐 매입한 금액을 단 일주일 만에 달성한 것입니다.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2020년 2월 4조 달러에서 6월 7조 달러로 불과 4개월 만에 3조 달러나 급증했습니다.

전례없는 정책 실험: 회사채까지 매입

연준은 국채와 MBS를 넘어 역사상 처음으로 회사채 시장에도 직접 개입했습니다. 일차시장회사채매입프로그램(PMCCF)과 이차시장회사채매입프로그램(SMCCF)을 통해 투자등급 회사채와 관련 ETF를 매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신용등급이 투자등급에서 정크 등급으로 강등된 이른바 '폴른 엔젤' 채권도 매입 대상에 포함시켰습니다.

이는 연준이 설립된 1913년 이래 처음으로 민간 기업의 부채를 직접 보유하는 것이었습니다. 미국 중앙은행이 특정 기업을 선택해 지원한다는 점에서 시장경제 원칙에 대한 근본적인 도전이었습니다. 연준은 또한 소규모 기업을 위한 메인스트리트대출프로그램, 지방정부를 위한 지방유동성펀드 등 13개의 긴급 대출 프로그램을 가동했습니다. 총 지원 규모는 2조 3천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글로벌 중앙은행의 동조화

연준의 무제한 양적완화는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동시 행동을 촉발했습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2020년 3월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을 발표하며 1조 8,500억 유로 규모의 자산 매입을 시작했습니다. 영란은행은 6,450억 파운드의 양적완화를 실시했고, 일본은행도 무제한 국채 매입을 선언했습니다.

한국은행은 역사상 처음으로 국채를 직접 매입했고, 기준금리를 0.5%라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인하했습니다. 선진국뿐 아니라 신흥국들도 양적완화에 동참했습니다. 2020년 한 해에만 전 세계 80개국 이상이 금리를 인하했고, 주요 중앙은행들의 총 자산은 30조 달러 이상 증가했습니다. 이는 글로벌 GDP의 약 35%에 해당하는 규모였습니다.

금융시장의 극적인 반등

무제한 양적완화의 효과는 즉각적이었습니다. 3월 23일 바닥을 찍은 미국 증시는 11월까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V자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연준의 회사채 매입 프로그램은 실제로는 소량만 매입했지만, 매입 의지를 밝힌 것만으로도 시장에 충분한 신뢰를 주었습니다. 회사채 스프레드는 급격히 축소되었고, 기업들은 다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20년 한 해 동안 미국 기업들은 2조 달러 이상의 회사채를 발행했습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습니다.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덕분에 재무 상태가 좋지 않은 기업들조차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습니다. 좀비 기업의 증가라는 부작용이 있었지만, 단기적으로는 대규모 기업 파산과 실업을 막는 데 성공했습니다.

부의 양극화와 자산 버블

무제한 양적완화는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도 낳았습니다. 풍부한 유동성은 실물경제보다 금융자산으로 먼저 흘러들었습니다. 주식, 채권, 부동산 가격이 동반 상승하며 자산을 보유한 부유층의 부는 더욱 증가했습니다. 2020년 한 해 동안 미국 억만장자들의 총 자산은 1조 달러 이상 증가한 반면, 수백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연준 자체 통계에 따르면 상위 1% 가구의 순자산은 2020년 34조 달러에서 2021년 43조 달러로 26% 증가했습니다. 반면 하위 50% 가구의 순자산 증가율은 훨씬 낮았습니다. 양적완화가 실물경제를 살렸지만, 동시에 부의 불평등을 심화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되었습니다. 암호화폐, 밈 주식, NFT 같은 투기적 자산의 폭등도 과도한 유동성의 결과였습니다.

인플레이션의 귀환과 정책 전환

2021년 하반기부터 인플레이션이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연준은 처음에 "일시적 현상"이라며 긴축을 서두르지 않았지만, 2022년 들어 인플레이션이 4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자 입장을 바꿨습니다. 3월부터 금리 인상을 시작했고, 6월에는 양적완화를 중단하고 보유 자산을 축소하는 양적긴축을 시작했습니다.

2020년 무제한 양적완화는 금융시장 붕괴와 경제 대공황을 막는 데는 성공했지만, 인플레이션이라는 후유증을 남겼습니다. 역사상 유례없는 규모의 통화 공급 실험이 장기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여전히 논쟁 중입니다. 분명한 것은 2020년 3월 중앙은행들의 개입이 없었다면 1930년대식 대공황이 재현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그 대가로 우리는 역사적 인플레이션과 자산 버블, 그리고 앞으로 감당해야 할 막대한 부채를 떠안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