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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되는 정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등장과 글로벌 실험

by 위닝스텝 2025. 10. 26.

CBDC란 무엇인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CBDC)는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고 보증하는 디지털 형태의 법정화폐입니다. 기존 현금과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가지지만, 물리적 형태 없이 디지털로만 존재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와 달리 중앙은행의 통제 하에 있으며, 법정화폐로서의 안정성을 보장받습니다.

CBDC는 크게 도매형과 소매형으로 구분됩니다. 도매형 CBDC는 금융기관 간 대규모 거래에 사용되며, 소매형 CBDC는 일반 국민이 일상적인 거래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국가는 소매형 CBDC 도입을 통해 현금 사용 감소에 대응하고 금융 포용성을 높이고자 합니다.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선두 주자의 야심

중국은 2014년부터 디지털 위안화(e-CNY) 연구를 시작해 CBDC 분야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했습니다. 2020년 선전, 청두 등 주요 도시에서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는 외국인 방문객들도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2023년 기준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거래액은 누적 2,500억 위안을 넘어섰으며, 사용자 수는 2억 6천만 명에 달합니다. 중국 정부는 디지털 위안화를 통해 결제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자금 흐름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일대일로 국가들과의 무역 결제에도 디지털 위안화를 활용하여 국제 금융에서 달러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을 추진 중입니다.

유럽의 디지털 유로 프로젝트

유럽중앙은행(ECB)은 2021년 7월 디지털 유로 프로젝트를 공식 출범시켰습니다. 2년간의 조사 단계를 거쳐 2023년 11월부터 준비 단계에 돌입했으며, 기술 개발과 규제 프레임워크 수립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ECB는 2025년까지 디지털 유로의 기본 설계를 완료하고, 실제 발행 여부는 이후 결정할 계획입니다.

디지털 유로는 개인정보 보호와 금융 안정성이라는 두 가지 핵심 과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ECB는 오프라인 거래 시 익명성을 보장하되,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개인당 보유 한도를 3,000유로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또한 상업은행의 예금 이탈을 막기 위해 디지털 유로의 이자를 지급하지 않고, 중앙은행이 직접 소매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2층 구조를 채택할 방침입니다.

미국의 신중한 접근과 디지털 달러 논쟁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CBDC에 대해 가장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2022년 1월 연준은 디지털 달러에 관한 논의 문서를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도입 시기는 명시하지 않았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여러 차례 "속도보다 정확성이 중요하다"며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미국 내에서는 CBDC를 둘러싼 정치적 논쟁이 치열합니다. 공화당 일각에서는 CBDC가 정부의 금융 감시를 강화하고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플로리다 주는 2023년 주 내에서 연방 CBDC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반면 민주당은 금융 포용성 확대와 결제 시스템 혁신을 위해 디지털 달러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개발도상국의 혁신 사례들

바하마는 2020년 10월 '샌드 달러'를 출시하며 세계 최초로 CBDC를 전국 단위로 도입한 국가가 되었습니다. 700개 이상의 섬으로 이루어진 바하마는 CBDC를 통해 외딴 섬 주민들에게도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나이지리아는 2021년 10월 아프리카 최초로 'e-나이라'를 출시했으며, 2억 명 이상의 인구가 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습니다.

자메이카는 2022년 'JAM-DEX'를 도입하며 카리브해 지역의 CBDC 선도국이 되었습니다. 동카리브해 8개국은 2021년부터 공동 CBDC인 'DCash'를 시범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는 높은 현금 사용 비율, 은행 서비스 접근성 부족, 해외 송금 비용 절감이라는 공통된 과제를 CBDC로 해결하고자 합니다.

기술 선택과 설계 원칙의 다양성

각국의 CBDC는 서로 다른 기술적 접근을 취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중앙집중식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하되, 스마트 계약 기능을 부분적으로 활용합니다. 유럽은 분산원장기술(DLT)과 기존 중앙집중식 시스템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을 검토 중입니다. 바하마와 자메이카는 민간 블록체인 기업의 기술을 채택했습니다.

개인정보 보호 수준도 국가마다 크게 다릅니다. 중국은 완전한 거래 추적을 통해 불법 활동을 차단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반면 유럽은 소액 거래의 익명성을 보장하고, 일정 금액 이상만 식별 정보를 요구하는 절충안을 모색합니다. 이러한 차이는 각국의 정치 체제, 금융 시스템, 사회적 가치관을 반영합니다.

CBDC가 가져올 금융 시스템의 변화

CBDC의 전면적인 도입은 금융 시스템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중앙은행이 개인과 기업에게 직접 계좌를 제공하면 상업은행의 예금 중개 기능이 약화될 수 있습니다. 금융 위기 시 예금자들이 일제히 CBDC로 자금을 이동시키는 디지털 뱅크런 위험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긍정적인 효과도 상당합니다. 국경 간 송금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지고 비용이 대폭 절감될 수 있습니다.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을 더욱 정밀하게 실행할 수 있으며, 위기 시 개인에게 직접 자금을 지급하는 헬리콥터 머니 정책도 용이해집니다. 현재 100개국 이상이 CBDC를 연구하거나 시범 운영 중이며, 2030년까지 주요국 대부분이 어떤 형태로든 CBDC를 도입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디지털 화폐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