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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되는 정보

밈 주식과 레딧 혁명: 게임스탑 사태의 의미

by 위닝스텝 2025. 10. 29.

2021년 1월: 월스트리트를 뒤흔든 개인투자자들

2021년 1월, 미국 증시에서 전례 없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오프라인 게임 판매점 체인인 게임스탑(GameStop)의 주가가 한 달 만에 20달러에서 483달러로 24배 폭등했습니다. 주도한 세력은 헤지펀드도 기관투자자도 아닌, 레딧(Reddit)의 WallStreetBets 커뮤니티에 모인 개인투자자들이었습니다. 이들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게임스탑을 공매도한 헤지펀드들을 "징벌"하기 위해 주식을 매수했습니다. "숏 스퀴즈(short squeeze)"를 일으켜 공매도 세력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히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게임스탑은 디지털 다운로드의 확산으로 사업 모델이 구식이 된 회사였습니다. 여러 헤지펀드가 이 회사의 주가 하락에 베팅하며 공매도 비중이 140%를 넘어섰습니다. 이는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보다 더 많은 주식이 공매도되었다는 의미였습니다. WallStreetBets 커뮤니티는 이 과도한 공매도에 주목했습니다. 만약 주가가 오르면 공매도 투자자들은 손실을 제한하기 위해 주식을 사들여야 하고, 이는 주가를 더욱 끌어올려 엄청난 숏 스퀴즈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로빈후드와 제로커미션 트레이딩의 역할

게임스탑 사태는 로빈후드 같은 제로커미션 거래 앱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2010년대 후반 로빈후드, 웨불, TD 아메리트레이드 같은 플랫폼들이 거래 수수료를 없애며 주식 투자의 진입 장벽이 사라졌습니다.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클릭 몇 번으로 주식을 사고팔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젊은 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되었고, 2020년 코로나19 봉쇄 기간 동안 집에 갇힌 사람들이 주식 투자에 뛰어들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부분주 거래와 옵션 거래의 대중화였습니다. 로빈후드는 1주를 쪼개서 살 수 있게 했고, 복잡한 옵션 거래를 게임처럼 간단하게 만들었습니다.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레버리지가 큰 콜옵션을 매수하며 게임스탑 급등에 기여했습니다. 옵션 시장의 감마 스퀴즈가 현물 시장의 숏 스퀴즈와 결합되며 폭발적 상승을 만들어냈습니다. 금융의 민주화라는 긍정적 측면과 투기의 대중화라는 부정적 측면이 동시에 드러났습니다.

헤지펀드의 막대한 손실

게임스탑 숏 스퀴즈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멜빈캐피탈이었습니다. 이 헤지펀드는 게임스탑 공매도 포지션에서 53%의 손실을 입었고, 시타델과 포인트72로부터 27억 달러의 긴급 자금을 지원받아야 했습니다. 다른 공매도 헤지펀드들도 큰 손실을 봤습니다. 1월 한 달간 공매도 투자자들의 게임스탑 관련 손실은 총 130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추정됩니다. 멜빈캐피탈은 결국 2022년 폐쇄되었습니다.

월스트리트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수십억 달러를 운용하는 전문 투자자들이 인터넷 커뮤니티의 개인투자자들에게 패배한 것입니다. 많은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이를 시장 조작이라고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헤지펀드들이 수십 년간 해온 것을 그대로 했을 뿐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이제는 정보와 도구가 민주화되어 개인도 할 수 있게 된 것뿐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월스트리트 vs 메인스트리트"라는 계급 투쟁의 프레임이 형성되었습니다.

로빈후드의 거래 제한 논란

1월 28일 목요일,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습니다. 로빈후드가 갑자기 게임스탑을 비롯한 밈 주식들의 매수를 제한한 것입니다. 사용자들은 보유 주식을 팔 수는 있지만 추가 매수는 할 수 없었습니다. 이는 사실상 일방적으로 매도 압력만 작용하게 만드는 조치였습니다. 게임스탑 주가는 당일 44% 폭락했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은 분노했고, 로빈후드가 월스트리트 편을 들었다며 "배신"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로빈후드는 청산소 예치금 요구가 급증해 유동성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거래량이 폭증하자 청산소가 로빈후드에 수십억 달러의 추가 담보를 요구했고, 로빈후드는 이를 마련하지 못해 거래를 제한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이를 믿지 않았습니다. 로빈후드가 시타델로부터 주문흐름대가(PFOF)로 수익을 얻고 있고, 시타델은 멜빈캐피탈을 구제했기 때문에 압력을 받았을 것이라는 음모론이 확산되었습니다. 진실이 무엇이든 로빈후드의 평판은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청문회와 규제 논쟁

2월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는 게임스탑 사태에 대한 청문회를 열었습니다. 로빈후드 CEO 블라드 테네프, 시타델 CEO 케네스 그리핀, 게임스탑에 4,000만 달러를 투자해 유명해진 키스 길(Roaring Kitty)이 증언했습니다. 청문회는 여러 쟁점을 다뤘습니다. 제로커미션 거래의 이면에 있는 주문흐름대가 관행, 공매도 규제의 필요성, 소셜미디어를 통한 집단적 투자 행위의 합법성, 청산 시스템의 개혁 필요성 등이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규제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각자 다른 측면을 문제 삼았고, 합의를 이루지 못했습니다. 민주당은 헤지펀드의 공매도와 시장 조작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공화당은 로빈후드의 거래 제한이 문제라고 봤습니다. 결국 게임스탑 사태는 미국 금융 시스템의 여러 문제점을 드러냈지만, 의미 있는 개혁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SEC는 주문흐름대가 관행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고, 공매도 보고 규정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밈 주식 열풍의 확산과 소멸

게임스탑 이후 AMC, 베드배스앤비욘드, 블랙베리, 노키아 같은 여러 주식이 밈 주식으로 부상했습니다. 2021년 상반기 이들 주식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사업이 쇠퇴하고 있지만 향수가 있는 브랜드, 높은 공매도 비중, 레딧 커뮤니티의 관심이었습니다. AMC는 6월 72달러까지 치솟으며 2,000% 상승했습니다.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일확천금을 꿈꾸며 밈 주식에 뛰어들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밈 주식은 2021년 하반기 급락했습니다. 펀더멘털이 뒷받침되지 않는 주가는 지속될 수 없었습니다. 게임스탑과 AMC를 제외한 대부분의 밈 주식은 급등 전 수준으로 돌아갔거나 더 하락했습니다. 베드배스앤비욘드는 결국 2023년 파산했습니다. 뒤늦게 뛰어든 투자자들 중 많은 이들이 큰 손실을 입었습니다. 밈 주식 열풍은 새로운 형태의 투기 거품이었고, 다른 거품들처럼 결국 꺼졌습니다.

게임스탑 사태가 남긴 유산

게임스탑 사태는 여러 의미를 지닙니다. 첫째, 금융시장의 민주화입니다. 정보와 도구의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개인투자자들도 집단적으로 행동할 때 시장을 움직일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둘째, 소셜미디어의 힘입니다. 레딧, 트위터, 디스코드 같은 플랫폼이 투자자들을 조직하고 움직이는 새로운 인프라가 되었습니다. 셋째, 세대 간 갈등과 불평등 이슈입니다. 많은 젊은 투자자들에게 게임스탑은 단순한 투자가 아니라 기성 금융 시스템에 대한 저항의 상징이었습니다.

넷째, 시장 구조의 취약점입니다. 과도한 공매도, 불투명한 주문흐름대가, 복잡한 청산 시스템 같은 문제들이 노출되었습니다. 다섯째, 투기와 투자의 경계입니다. 밈 주식 열풍은 투자 교육의 중요성을 일깨웠습니다. 많은 신규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의 작동 원리, 리스크 관리, 펀더멘털 분석의 중요성을 어려운 방식으로 배웠습니다. 게임스탑 사태는 금융시장이 더 이상 소수 전문가들만의 영역이 아니며, 기술과 소셜미디어가 시장의 역학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음을 보여준 역사적 사건이었습니다. 그것이 긍정적 변화인지 부정적 변화인지는 여전히 논쟁 중이지만, 되돌릴 수 없는 변화임은 분명합니다.